한림 스테이 '요요 정원'

제주 한림은 해안에서 가까운 읍내 취락지역으로, 오래된 현무암 돌담이 골목과 대지의 경계를 이루는 마을이다. 이 아담한 스테이의 대지 역시 대를 이어 쌓아온 돌담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마당 한가운데 수십 년을 자리 지켜온 카나리 야자수 한 그루가 장소의 가장 강한 정체성을 담고 있다.
설계의 첫 번째 결정은 이 돌담과 야자수를 건축의 주인공으로 인정하는 것이었다. 새 건물은 기존 경계를 허물지 않고 돌담 안쪽으로 낮게 엎드리며 분동으로 배치된다. 단층의 다실 구성은 마당을 중심으로 각 실이 둘러서는 전통 제주 마당집의 공간 문법을 현대적 숙박 프로그램으로 번역한 것이며, 건물이 마당을 점유하기보다 마당이 건물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도록 계획하였다.
자연석 포장 진입로에서 원목 대문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서면 야자수와 돌담이 먼저 방문자를 맞는다. 각 실은 마당을 향한 시원한 창을 통해 외부와 직접 연결되며, 실내에서 바라보는 창은 돌담과 야자수를 액자처럼 담아낸다. 분동의 배치와 돌담의 높이가 마당 안의 사적 영역을 자연스럽게 형성하면서, 외부로부터는 차단되되 하늘을 향해서는 열린 구조를 완성한다.
외피는 백색 스터코를 기본으로, 박공 부분에 원목 수직 사이딩을 결합하여 온기를 더하였다. 금속 박공 지붕은 제주의 강풍과 강우에 대응하는 실용적 선택이자 마을 경관 속에 낮은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조형적 결정이기도 하다. 실내는 화이트 미장 벽면과 내추럴 우드 가구, 린넨 커튼으로 구성되며, 빛이 원목 창틀을 통해 부드럽게 투과되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글레이징 박공 지붕 아래 계획된 실내 풀은 계절과 날씨에 무관하게 하늘빛이 직접 들어오는 독립적인 프로그램으로, 이 스테이만의 고유한 체험을 완성한다.
황혼 무렵 조명이 켜진 마당에서 야자수 실루엣과 돌담의 질감이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낼 때, 요요정원의 설계 의도는 비로소 완성된다. 오래된 장소성을 보존하는 것이 새로운 건축의 시작이 될 수 있음을, 이 작업은 조용히 증명한다.
대지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한림읍 한림리
건축면적 98.58㎡
건축물용도 단독주택
설계 건축사사무소이레EL 윤석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