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제주성산카페 '오른(orrrn)'

irearchi 2026. 8. 30. 15:46

 


 

오른(orrrn), 성산의 바다와 오름 사이

서귀포시 성산읍 해안도로에 면한 이 대지는 제주 동쪽 끝, 성산일출봉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해안 입지에 자리한다.

도로 건너편으로 현무암 해안과 바다가 펼쳐지고 우도가 수평선 위에 놓이는 이 장소에서, 건축은 풍경을 어떻게 받을 것인가에대한 고민을 마주한다.

침묵.... 장식도 색채도 없는 노출콘크리트만으로 구성된 매스는 제주의 거친 자연 앞에서 인공의 언어를 극도로 절제하는 전략을 취한다. 도로에서 바라보는 정면은 수평의 두꺼운 콘크리트 슬래브, 수직 타워 볼륨, 별동의 원통형 매스로 구성되며, 각 볼륨은 서로 다른 기능을 담으면서도 동일한 재료 아래 하나의 전체로 읽힌다. 진입부 낮은 콘크리트 벽에 양각으로 새겨진 'orrrn'이라는 문자는 간판이 아니라 건축 요소 그 자체가 되어, 이 건물이 취하는 태도를 진입 전부터 선언한다.

내부는 전면 유리와 후방 콘크리트 솔리드 월의 이분법적 구성 위에 성립한다. 1층 주 카페 공간은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지는 유리 커튼월로 성산일출봉과 바다를 파노라마로 담아내며, 길게 뻗은 녹색 유리 바 테이블이 이 뷰를 정면으로 받는 자리를 집약한다. 원형 단면의 노출콘크리트 기둥들이 구조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한편, 유기적 곡면으로 처리된 카운터는 직교 평면 안에서 유일하게 흐르는 형태로 동선을 유도한다. 접이식 유리 도어 너머 테라스는 현무암 돌담이 영역의 경계를 이루며 내부와 외부를 자연스럽게 연속시킨다.

계단을 오르는 동선은 이 건물에서 가장 강렬한 공간 경험을 담당한다. 콘크리트 계단 벽과 바닥 사이 가늘게 열린 유리 슬릿이 빛을 분절하고, 시간에 따라 변하는 빛의 패턴이 계단 표면 위에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낸다. 상층부는 황토빛 벽돌 바닥과 금속 소재의 조각적 가구, 타원형 천창으로 구성되며 하층의 개방성과 대비를 이루는 내향적 공간으로 전환된다. 외피 전체를 노출콘크리트로 통일한 이 건물은 제주의 현무암·모래·바람과 동일한 색조와 물성의 언어 위에 놓인다. 무뚝뚝하게 서 있는 이 구조물이 성산 해안 풍경 속에서 오히려 강한 존재감을 갖는 것은, 재료의 정직함이 이 장소가 가진 본래의 물성과 공명하기 때문이다.

초기 계획단계부터 뛰어난 전문 인테리어 설계·시공을 통해, 절제된 콘크리트 매스 안에 따뜻한 재료의 질감이 돋보인다.

옥상 데크와 수공간, 계단식 좌석 등 실내외를 넘나드는 다양한 앉음자리를 통해 방문객들은 성산의 풍경을 각자의 방식으로 머물며 즐길 수 있다.

 

대지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해맞이해안로 2714

건축면적 : 237.12㎡ (연면적 284.74㎡, 지상 2층)

건축물용도 : 제1종근린생활시설(휴게음식점), 철근콘크리트구조

설계 : 건축사사무소이레EL 윤석필 / P.M 이완기

인테리어 설계 시공 : 공기정원 https://atmoround.com/

사진 : 박우진 @parkwoojin_studio